갑작스러운 질문을 받고 미도리마가 의아한 듯 눈을 깜박였다. 질문을 던진 기자는 빙글거리며 미도리마를 보고 있었다. 분명히 의학 관련 인터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미도리마는 작게 눈썹을 찡그렸지만, 무슨 코너의 인터뷰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이런 신변잡기적 내용이 나올 줄이야. 더구나 다소 멍해져있던 탓에 질문의 흐름도 파악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답을 해야 하는 자리였다. 미도리마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애착이라면, 슈토쿠의 6번인 것입니다.”
거짓이 아니었다. 미도리마는 슈토쿠의 에이스였고,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지금 돌이켜보아도 후회 없는 농구를 했고, 무척이나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미도리마가 드물게도 미소지었다.
다시 농구를 하라면 그 시절 그 사람들과 함께 슈토쿠로 돌아가고 싶단 것이야.
* * *
아카시가 신문을 접고 책상에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아침인 토스트와 커피에도 다시 손을 뻗지 않았다. 빠르게 여러 개의 신문을 읽으며 아침시간을 보내는 아카시로썬 드문 일이었다. 미도리마가 의아해하며 아카시를 보았다.
“아카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아아, 별일 아니야.”
그에 대답하는 아카시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쌀쌀맞았다. 미도리마가 다소 걱정어린 눈빛으로 아카시를 보았지만 더 이상의 대답은 없었다. 아니, 도리어 아카시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카시?”
“아침에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서, 조금 일찍 나가야겠어.”
아카시답지 않은, 어찌보면 변명이라고 할 법한 말을 남기고, 아카시는 쟈켓을 바르게 걸치며 현관으로 향했다. 개인병원에서 근무하는 자신과는 달리 대기업 총수 후계자로 바쁜 아카시가 아침 일찍부터 출근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운 행동을 보인 것이 처음이었다. 미도리마는 럭키아이템인 분무기를 든 채로 어정쩡하게 아카시를 배웅했다.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었다. 아카시가 내려놓은 조간신문을 펼쳐보았지만 평범한 내용만이 보여서 더욱 알쏭달쏭했을 뿐이었다.
그 날 저녁, 미도리마는 현관 앞에 서서 아카시를 기다렸다. 일부러 기다리는 것은 아니었고 그저 조금 지루했기에 쇼기의 대국을 청할 셈이었다. 딱히 미도리마는 아카시를 걱정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그냥 오랜만에 예전처럼 지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얼마 전에 했던 인터뷰의 여파였을까.
아카시는 조금 늦었다. 바쁜 아카시의 퇴근시간이 일정치 않은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오늘 아침의 모습 때문인지 조금 걱정이 되었다. 결국 쇼기의 대국요청을 포기하려고 할 즈음에 현관문이 열렸다. 피곤한 얼굴을 한 그의 연인인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다녀왔어, 신타로.”
아카시는 미도리마의 배웅을 의아해하지도 않은 채 침착하게 인사를 건넸다. 이렇게 대국요청을 하리라 미리 짐작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아카시라면 짐작하고도 남는 자였지만 오늘의 충동은 꽤 갑작스러운 것이었기에 미도리마조차 놀라웠다.
“어서 오라는 것이다. …피곤한가?”
“평소와 같아.”
간결하게 말한 아카시의 눈빛은 어두웠다. 일이 갑작스레 많아진 것인지,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피곤해보였다. 그런 그에게 대국을 요청하는 것이 내키지 않아 미도리마가 입을 달싹이자 아카시가 입을 열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신타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포기한 채 등돌린 미도리마를 보며 낮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저 웃음소리만 들으면, 항상 승부에서 진 듯한 기분이 들어서 분해진 미도리마가 입을 열었다.
“오늘이야말로 널 이길 것이다. 대국은 거실에서 하지.”
…하고 강제했다. 아카시가 피식 웃는 모습에 적이 마음이 놓이는 것은 승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었다. 미도리마는 안심했다.
* * *
하지만 그 안심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나치게 마음을 놓았던 건지, 쇼기가 오랜만이어서인지 미도리마는 금세 수세에 몰렸다. 이대로는 이내 승부에서 져버릴 것만 같아 분무기를 만지작거리며 장고하고 있자니 아카시가 말을 걸었다.
“신타로.”
“무슨 일이냐는 것이다.”
장기판에 시선을 고정한 채 미도리마가 답했다. 수가 보이지 않아 막막했다. 이대로는 몇 수 안에 잡힐 것이다. 그리 생각할 때 아카시가 다시 입을 열었다.
“7번은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아아?”
뜬금없는 이야기였다. 미도리마가 고개를 들어 아카시를 보았다. 아카시는 이기고 있는 판임에도 기분이 안 좋아보였다. 무슨 일인지 납득하지 못한 채 한참 수를 계산하던 미도리마의 머리가 핑그르르 돌아간다. 7번이라니?
“나는 신타로에겐, 불길한 6보다는 행운의 7이 어울린다고 생각해.”
덧붙여진 아카시의 목소리는 답지 않게 심통난 아이같았다. 6? 미도리마가 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말했다.
“인터뷰 내용을 말하는 건가?”
아카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확실히 아카시가 보다 덮은 조간신문에는 미도리마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던 듯도 했다. 미도리마는 무심히 넘겨버렸기에 예상도 못한 점이었다.
“나는 슈토쿠의 6번이 좋다는 것이다.”
미도리마는 다시 한 번, 반복해서 말했다. 몇 번이고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 전에 테이코에서 7번으로 인사를 다했다는 것이다. …그랬기에, 천명으로 맞아들인 것이 슈토쿠다. 싫을 리가 없지 않은가.”
“신타로다운 대답이네.”
아카시가 겨우 표정을 풀며 대답했다. 어쩐지 얼굴에 열이 올라, 미도리마는 뚱하니 고개를 돌렸다.
“테이코의 7번도, 슈토쿠의 6번도 나에겐 애착이 있는 번호인 것이다. … 그 시절은 나에게 특별하니까.”
그리고 지금도. 미도리마는 말을 삼켰다. 과거의 시간도 좋지만 현재 아카시와 보내는 시간에 가장 애착이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말해줄 생각은 나지 않았다. 아카시라면 말하지 않아도 당연히 알 것이기도 했고. 얼굴에 오른 열은 가라앉지 않은 채 미도리마를 괴롭히고 있었다.
아무래도 미도리마의 장고는 조금 더 지속될 모양이었다. 아카시가 빙긋 웃었다. 지금 빼앗긴 패배를 곧 돌려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첫 패배의 기분은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